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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눈 수술 합격하고 싶어요.

국내여행

by NomadicAdventurer 2023. 11. 2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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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3, 4주 있다가 다시 봅시다. 이왕이면 한 달 뒤가 좋겠어요."

 나는 '네'라고 축 쳐져서 힘 없이 대답했다. 

 아주 조금은 반어법이지만 정말 진심으로 의사 선생님께 눈물 나게 감사했다. 

 아직도 스마일 라식을 해야 할지, 라섹을 해야 할지 갈팡질팡 하고 있지만 이 의사 선생님께 신뢰가 한겨울에 함박눈 쌓이듯 듬뿍듬뿍 쌓였다. 내 눈을 꼼꼼하고 친절하게 검사해 주시는 검안사 선생님들께도 너무나도 감사했다. 

 

 시력교정술을 위해 2달 동안 3번 이 안과를 방문했다. 

 

 

 지방에 사는 나는 토요일인 오늘도 출근하는 것처럼 6시 30분에 일어나 씻고, 차를 운전해서 터미널 근처에 주차했다. 8시에 출발하는 서울행 버스를 타고 9시가 조금 넘어 서울에 도착해 지하철을 타고 신논현역에 내려 10분쯤 걸었다. 10시 정각에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에 있는 이 <명품라섹전문병원>을 방문했다. 검사를 받고, 의사 선생님께 결과를 듣고 나면 거의 1시가 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점심시간까지 부지런히 움직인 나를 칭찬하며 쌀국수를 먹고, 집으로 돌아온다. 

 

 내가 이렇게 쉬는 날에 서울을 왔다 갔다 하는 이유는 오로지 이 안과 때문이다.

 이 병원에서 <라섹을 받아도 됩니다.>라는 말을 듣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20년 동안 시력이 좋지 않았다. 중학생 때는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고 대학생 때는 하드렌즈를 착용했고, 직장인이 되어서는 10년 넘게 드림렌즈를 착용했다. 드림렌즈는 꽤나 비용이 많이 들었다. 드림렌즈는 80만 원 정도였고,  2년마다 한 번씩 교체를 해주어야 했고, 알레르기를 일으켜 자주 내 눈을 아프게 했고, 안구건조증을 일으켜 하루종일 나를 피곤하게 만들었다. 아침저녁으로 렌즈를 꼈다 뺐다를 반복해야 하고, 가끔씩은 렌즈를 잊어버려 새로 주문을 해야 했다. 그럴 때마다 안과의사들은 '왜 아직도 드림렌즈를 껴요? 그냥 라섹하세요. 어른한테는 드림렌즈가 필요 없어요.'라고 말했지만 나는 눈수술이 무서웠다. 

 

 그러다 드디어 마음을 먹었다. 이 드림렌즈와 작별인사를 하고 눈수술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눈수술이 무서웠다. 그리고 세상에 믿을만한 의사가 드물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일단 괜찮은 병원을 찾아야 했다.

 

 드림렌즈를 맞췄던 병원에 방문하여 눈수술이 가능한지 검사를 받았다. 지금 당장 라식, 라섹이 가능하다고 했다. 스마일 라식은 하지 않는 병원이었다.

 스마일라식이 궁금했다. 그다음 주에 서울에 있는 병원을 예약했다. 스마일라식 전문병원이었고, 지금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날 오후 이 라섹전문병원에서도 검사를 받았다.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유는 드림렌즈를 착용하지 않은지 아직 한 달 밖에 안됐고, 두 달은 지나야 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한 달 뒤에 다시 오라고 했다. 이 병원에서는 다른 병원들과는 다르게 내 각막이 두껍지 않으며 동공이 조금은 크다고 했다. 시력이 다른 곳보다 좋게 나왔다.  

 

 한 달 뒤, 이 라섹전문병원을 다시 방문했다.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한 달 전과 지금의 검사결과가 다르기 때문에 이 주 뒤에 다시 방문하여 내 눈검사 결괏값이 변하지 않는지 다시 확인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날 오후 강남역에 위치한 다른 대형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지금 당장 라식, 라섹, 스마일라식이 가능하다고 했다. 일단 수술날짜를 잡고 가라고 했다.

 

 이 주 뒤, 이 라섹전문병원을 세 번째 재방문했다.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 주 전과 지금의 검사결과가 또 달라졌다는 것이다. 드림렌즈를 10년 이상 착용했기 때문에 눈이 원래상태로 돌아오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고 했다. 이 상태에서 눈수술을 하게 되면 잘못된 값을 기계에 입력하여 시력교정을 하게 된다고 마음을 느긋하게 가지고 한 달 뒤에 오라고 했다.  

 

 3군데 안과에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나를 수술해주고 싶어 했다. 각막강화술을 하면 좋다고 추천도 해주었다. 한 달 정도 드림렌즈를 착용하지 않았으면 눈수술을 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병원은 내가 최대한 빨리 수술을 하고 싶다는데도 검사결과를 보여주며 안된다고 말한다. 각막강화술이 필요한 눈이라면 애초에 수술도 불가능하다며 내 눈은 각막강화술이 필요 없다고 했다.

 

 나는 하루라도 빨리 안경쟁이에서 벗어나 마음껏 화장도 하고 싶고, 아침에 눈 뜨면 아무 이유 없이 잘 보이는 세상을 맛보고 싶다. 하지만 듣고 싶은 말을 뒤로한 채 괜찮은 의사 선생님의 말을 믿어보려고 한다. 

  지금 당장이라도 수술이 가능하다는 달콤한 유혹을 날리는 실장님들보다 검사결괏값을 보여주며 이 수치에 변동이 있으므로 다시 오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되새기며 한 달 뒤에 다시 방문하려 한다. 

 

 제발 그때는 합격하고 싶다... 눈수술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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