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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 <한로>와 기러기 이야기

역사 이야기

by NomadicAdventurer 2020. 7. 7.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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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곡식이 익고 나뭇잎이 붉게 물드는 계절입니다. 이 때 선조들은 겨울의 기운을 느끼며 한 해의 마무리를 준비했습니다. <한로>는 가을의 마지막 문턱에서 찾아오는 절기입니다. 한로의 뜻은 차가운 이슬입니다. 선조들은 <한로>가 되면 기러기의 방문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합니다. 왜 선조들은 그토록 기러기를 반겼던 것인지 알아봅시다. 가을이 깊어지면 하늘에 나타나는 손님이 있습니다. 바로 철새입니다. 예로부터 두루미, 큰고니, 가창오리, 거문독수리 등 수많은 철새들이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고 갔습니다. 특히 기러기를 언급한 문헌들이 많습니다. <고려사>에서는 가을이 깊어지는 <한로>가 되면 기러기가 우리나라에 찾아와서 머문다고 적어져있습니다. 그런데 선조들은 왜 그토록 기러기를 반갑게 여겼을까요? 선조들은 기러기가 계절의 절령이라고 믿었고 기러기 간의 신뢰가 깊다고 믿어 <신조>라고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선조들은 의좋은 형제들은 <안항>이라고 불렀습니다. <안항>이란 기러기가 줄지어 날아간다는 뜻을 의미합니다. 기러기는 혼례식에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혼인 의식에는 <전안례>가 있었습니다. <전안례>란 혼인날 신랑이 기러기를 가지고 신부의 집에 가는 의식을 말합니다. 신랑이 기러기를 신부의 집에 가져와 상에 놓고 두 번 절하면 신부의 어머니는 기러기를 신부의 방으로 가져갔습니다. 신의를 지킬 줄 아는 기러기는 부부애도 강하다고 믿었기에 신랑과 신부 또한 기러기처럼 백년회로하길 바랬던 것입니다. 그만큼 기러기에 대한 선조들의 믿음은 두터웠고 봄이 되면 때를 놓치지 않고 떠나는 기러기를 삶의 모범으로 삼았습니다. 기러기는 흐트러짐 없이 자기 자리를 지키며 하늘을 납니다. <한로>는 기러기가 찾아오기에 더 의미가 있는 절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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